이천십팔년 육월 이십구일
죽을 것 같다. 치유의 목적으로 글을 쓴다는 책을 읽었다. 나는 지금 죽기 일보 직전이라, 그래서 글을 쓰면 괜찮아질까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은 저녁 아홉시 십분 전이다. 육백육번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있다. 사직단에서부터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 가고 있다. 그래 그냥 이렇게 계속 써나가면 언젠가 분명히 괜찮아질거야. 한때 내 목숨보다도 소중히 여겼던 사람과 다시는 안보겠노라고 그 사람 앞에서 선을 그었다. 나는 언제나 그 애한테, 그 애의 표현처럼, 멍이 들게 했다. 아, 얘랑은 안되겠다고 오늘 대화중에도 몇번이나 생각했다. 그리고 난 지독히도 이기적이고 못되고 슬픈 인간이라,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었다. 그 애가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행복한게 싫었다. 그래서 순수하게 나의 행복을 바라는 그애의 마음까지도 걷어 차버리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도 지독히 불쌍한 인간이다. 불쌍히도 저급한 인간인가. 실수와 이야기는 반복될까. 나는 또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늪으로 돌아갈까. 안된다. 지금의 이 자기반성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세시간 전의 나는 어디 있고 왜 한없이 나약해 자책하고 후회하는 나만 남았나. 그럼 다시 그 아이가 내게 주었던 상처와. 아니다. 그 역시 못된 내가. 그럼에도 그애는. 지금의 그 애는 그떄의 그 애와는 달. 아니야 사람은 바뀌지 않지. 지독해. 엄마 아빠 앞에 주저 앉아 울고만 싶다. 모든 삶이 이렇게 더럽게 아프고 후회하고 어쩔수 없어하냐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감정이다. 전부 감정떄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전부가 감정인걸. 나는 통통노가리 노래를 부르고 싶다. 이 노래를 아는 또 다른 단 한사람을 위해 부르고 싶다. 다시 . 아니야 다시는 없어. 시간은 뒤로가지 않는다. 토가 나온다. 다시 한번 얼굴 근육을 풀고 그냥 토하자. 너는 그 여자친구가 있지. 내게 이름도 근황도 알려준. 왜 너는 그렇게 못된 얼굴로 비즈니스랑 옛 감정을 나누지 못하고 내게 물었던 거야. 너는 그냥 그렇게 정리가 되었니. 정말 되었던거야. 아 나는 또 너가 생각나. 내가 시작한 그 일에 무척이나 열심히 동참해 개발하던 너가 다시 생각나. 우리는 언제 헤어졌어야 했을까. 후회해. 아주 많이 후회해. 나는 기억을 지울거야. 지울수 있다면 영화속 그녀처럼 너를 지울거야. 추억은 사라지겠지. 하지만 혼자 간직할 추억은 색이 없어. 너는 우리를 버렸네. 토가 나온다. 너무 힘들어. 언제까지 이럴까. 이번엔 또 얼마나 갈까. 왜 나는 너로부터 도망치려 프랑스까지 갔는데 발전이 없어. 아 내가 죄를 많이 졌나봐. 그래 내가 못됐잖아. 내가 너한테 못되게 굴어서 여전히도 힘든가봐. 나는 조금 착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는 너에게 지나칠정도로 이기적인거야. 나는 슬퍼. 슬퍼. 나는 멍청하지 않은데, 왜 너 앞에서 안돼. 그냥 마음 편하게, 내가 너랑 안맞아서 그렇다고, 그래서 이렇게 추한 모습만 너에게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내가 내게 안맞는 사람을 고집해서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아질까. 우리는 왜 그렇게도 사랑했던 거야. 조금 덜 그냥 다름 사람들이 하는 만큼만 사랑할껄. 왜 내 기억속에 너는 항상 환하게 다정한거야. 그 나빴던 너는 어디간거야. 왜 내 기억속에서 떠난거야. 누가 그런거야. 내가 그런거야. 잘라내. 잘라내. 벌써 스물일곱이야. 이러다가 우리는 삼십까지 갈거야. 제발 그만둬.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힘들잖아. 힘들어. 이제 그냥 다 버려. 다 포기해. 이정도 했으니까 포기하자. 그래 이건 그냥 포기하는거야. 그만 생각해. 그만 슬퍼해. 후회도 아무것도 하지말자. 포기해. 포기하자. 이러다 죽으면 그냥 죽었다고 하자. 이만 포기하자.